본문 바로가기 보조메뉴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기자, PD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본문 시작

언론보도

[국제신문] 시론/MB의 두 번째 기회

  • 관리자
  • 조회 : 4100
  • 등록일 : 2009-06-17
[시론] MB의 두 번째 기회 /제정임
민심의 쓰나미 몰아닥치기 전에 "사오정" 참모와 각료들 걷어내라

"돌이켜보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저는 마음이 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취임 두 달 만에 맞은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교훈을 재임 기간 내내 되새기면서 국정에 임하겠습니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대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하면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금방 공수표가 됐다.

거국적인 촛불의 열기가 잦아들자, 대통령은 "다른 얼굴의 사나이"로 변신했다. 그는 "불법 시위 엄단"을 명했고 공권력은 미흡한 추가협상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방패와 군홧발로 진압했다. 촛불의 "배후"를 밝힌다며 마구잡이 검거를 단행했고 그 중 일부는 감옥에 가뒀다. 시위에 참여한 단체들은 재정지원 중단으로 숨통을 조였고 촛불 진압의 폭력성을 지적한 인권위원회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기구축소로 보복했다. MBC "PD수첩"의 고발이 결과적으로 추가협상을 이끌어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쇠고기 수입조건을 확보하는 촉매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표현을 문제 삼아 제작진에게 사법처리의 칼날을 휘둘렀다. 사람들을 광장으로 불러낸 인터넷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사이버모욕죄" 등 표현의 자유를 구속할 족쇄들을 만들고 있으며, 본보기로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했다. 반대 의견에 귀를 여는 대신 비판을 틀어막으려 애쓰면서, 이대통령은 바른 길로 나갈 첫 번째 기회를 완전히 잃었다.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음에 수백만의 조문 인파가 쏟아져 나오자 이명박 대통령은 잠시 1년 전의 당혹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했던 대통령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검찰의 표적수사,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지만 대통령 주변에서는 "일부 좌파의 책동"이라는 진단이 나왔을 뿐이다.

이 정권은 기성 언론을 대체해 나가고 있는 인터넷 토론 마당에서 수많은 "촛불"들이 어떤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지에 대해 깜깜하다. 재임 중의 공과를 떠나 국민을 협박하지 않고 소통하려 애썼던,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했던 노 전 대통령을 많은 이들이 새삼 소중하고 아깝게 추억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용산 철거민들을 경찰 특공대로 진압하다 여러 사람을 죽게 했을 때, 국민들이 느낀 섬뜩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방송 등 공기업을 "낙하산"으로 장악하고, 과거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들을 청소하듯 내몰고, 국세청의 내부 비판 목소리에 즉각 파면으로 대응한 가혹함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전율했는지 모르고 있다. 경제를 살리라고 뽑아준 대통령인데, 막상 대기업과 땅 부자들만 살판나게 만들었을 때, 삶이 더 고단해진 비정규직 노동자 등 서민들의 박탈감이 얼마나 큰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여당의 완패로 끝난 재보궐 선거에 이어 조문정국에서 드러난 민의는 이 대통령이 더 늦기 전에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한 1년 전의 약속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국민의 배신감을 헤아리고 각성하라는 것이다. 만일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언젠가는 "명박산성"으로 절대 막을 수 없는 민심의 "쓰나미"가 몰아닥칠지도 모른다. 불행한 사태가 오기 전에 대통령은 무엇보다 "소수 불순 세력의 책동일 뿐" "굴복하지 말라"고 강변하는 "사오정" 참모들과 각료들을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민심에 귀 기울이자"고 직언하는 이들로 새 진용을 짜야한다. 늘 만나는 친구들 대신, 시국선언 지식인과 시민단체, 노조대표, 비정규직, 무주택서민, 영세 자영업자 등을 만나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원칙과 인권을 존중하며, 서민과 중산층이 살 만한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국정기조를 틀어야 한다. 정권의 실패를 돌이킬 두 번째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기 바란다. 제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입력: 2009.06.15 21:19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0
  • 댓글이 없습니다.
  • * 작성자
    * 내용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