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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김근홍, 한터 백일장 최우수상!

  • 서* 미
  • 조회 : 4374
  • 등록일 : 2016-11-04
 
근홍언니가 상을 받았어요!!
몇 달 전에 한겨레문화센터가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한터 온라인 백일장"이라는 걸 만들었죠. 
바로 오늘, 근홍언니가 제2회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작문부문이에요.
언니랑 얘기할 때마다 번뜩이는 재치에 웃은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언니가 쓴 글도 재밌네요ㅋㅋ

다들 한 번 읽어보라고 심사평과 언니가 쓴 글을 가져왔습니다. 

--
제2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작문부문 심사평&최우수작

잘 알려진 이야기를 하나 골라서 패러디하는 것이 작문 백일장의 제시어였습니다. 이야기를 전개할 때 인연, 그림자, 쥐락펴락, 만신창이 등 4개의 단어를 포함하라는 조건도 덧붙였습니다.
나열된 단어들 때문인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내용을 알려진 이야기로 패러디한 작문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진행중인 사건이고 내용도 많이 알려진 것이어서 패러디 요소가 강하지 않으면 흥미롭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패러디는 단순한 모방과는 다릅니다. 패러디를 하는 주체의 독자적인 생각과 개성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래야 작문 시험이 요구하는 창의성과 창의력이 돋보이게 됩니다.
픽션 스토리 형식의 작문을 쓸 때 또 하나 유의할 점은 개연성과 핍진성이 높은 스토리가 매력적이라는 점입니다. 개연성이 높고 낮은 것은 플롯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스토리라인이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화자의 시점도 적절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작위적인 글이 됩니다. 작위성과 개연성은 반비례 관계입니다. 핍진성은 가공의 이야기를 진짜로 믿게 만드는 다양한 디테일을 뜻합니다.
최우수작으로 뽑은 작문은 첫날밤을 치르려던 신랑이 신부를 떠난 설화를 패러디한 글입니다. 보통 대화체로 쓰는 작문을 잘 쓰기 쉽지 않은데 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잘 읽히도록 쓴 점이 장점입니다. 또 패러디의 요소도 강합니다. 원래 이야기를 비틀어서 전개하는 상상력이나 그 상상력의 전개과정에서 보여주는 남다른 통찰력도 돋보입니다. 우수작으로 뽑은 3편의 작문 역시 한 번 더 읽고 싶어질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히는 글들이었습니다.
 
작문 백일장에 응모해준 모든 준비생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년 초 제3회 백일장에서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작문 제시어
잘 알려진 이야기 하나를 골라 패러디하되,
아래 제시하는 단어들을 한번 이상씩 포함하도록 하시오. (1500자 안팎)

▶ 인연, 그림자, 쥐락펴락, 만신창이

제2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작문부문 최우수작_김근홍
 
A 이런 얘기 들어봤지?
B 무슨 이야기?
A 첫날밤을 치르려던 신랑이 갑자기 오줌이 너무 마려워서 ‘부인, 내 잠시만. 흠흠’하고 문을 나서는데 그만 신랑 옷자락이 문고리에 걸린 거야. 근데 어두운 밤이라 이 신랑 달빛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 단단하게 착각한 거지. 신부가 뒤에서 옷자락을 잡아당긴다고, 뭐 이렇게 밝히는 여자가 다 있어 하고 말이야.
B 그래서?
A 그래서는 뭐. 밝히는 여자랑 결혼할 수야 없지 하면서 그 길로 날랐지.
B 천하의 나쁜 놈일세.
  음? 잠깐. 나 이 이야기 아는 것 같은데.
  그래서 한 십년 뒤 인가, 이 신랑 어쩌다 인연이 닿아서 제 옛 신혼방을 들르지 않아?
A 그렇지, 그렇지.
B 근데 문 열어보니까 신부가 혼인한 그 복장 그대로 앉아 있고 말이야.
가채도 안 벗고.
A 그래, 그래. 자그마치 10년이 지났는데!
B 신랑이 너무 신기해서 신부를 톡 하고 건드리니까 재가 되어 폭삭 주저앉았다는 그거, 그 이야기 맞지?
A 응, 응. 근데 그 결말이 사실이랑은 다르대.
B 사실이라니? 처음부터 완전 지어낸 얘기 아니었어?
A 신랑이 도망간 부분까지는 정말 있었던 이야기고, 재가 되어 주저앉은 건...
말하자면 은유지 은유. 진짜 주저앉은 건 신랑이었어.
그 신랑이 성격도 급한데다가 입까지 싸가지고 도망가는 그 길에 다 퍼트리고 다닌거야. 나랑 결혼하기로 한 신부가 너무 밝혀서 도망가는 길이라고.
B 몹쓸 놈이네.
A 지금 세상에도 밝히는 여자에 대한 시선이 안 좋잖아. 여자가 좀 부끄러워하는 맛도 있어야 하는데. 그 때는 조선시대니 이 밝히는 신부에 대한 사람들 태도가 어땠겠어. 마을 사람들 입방아질에 여자 평판은 만신창이가 되었지. 근데 이 여자가 좀 현대적이라고나 할까, 좀 달랐어.
B 어떻게?
A 보통 그 시대 여자 같으면 내가 잘못하진 않았지만 남편이 충분히 도망갈 만하다고 수긍하거나 아니면 수치심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을 거 아냐.
그 시절엔 다 그랬으니까.
B 그렇지.
A 근데 이 여자는 아니, 신부가 그거 좀 밝힌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줄행랑칠 일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거야. 작은 균열에서 터져 나온 물줄기가 둑을 무너뜨리는 홍수가 되듯이 그 질문 하나가 조선시대 여성의 성 문제에 대한 온갖 질문이 되어 여자를 덮쳤어.
B 잠깐, 얘기 끊어서 미안한데 이런 얘기 하다가 ‘여자를 덮쳤다’는 표현은 아무리 비유라도 적절치 않은 것 같은데?
A 발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 너도 여자고 나도 여잔데 뭐, 괜찮아.
하여튼 이 여자가 그 때부터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거야. 여자는 왜 밝히면 안 되지? 여자는 왜 즐기면 안 되지? 여자는 왜 첩을 둘 수 없지? 어차피 마을에서 공식적으로 왕따도 됐겠다, 여자는 그날부터 방에 틀어박혀서 조사를 하기 시작하지. 조선의, 청의, 나아가 멀리 서방의 여성들은 어찌 사는지. 그들은 성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뭐 조사에 그치지 않고 여행도 좀 했어.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 그리고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니까 너무 불쌍한 거지. 남편한테 쥐락펴락 당하는 조선 여자들이 말이야. 그래서 여자는 자기 신혼방이 있던 자리에 가게를 하나 차려. 여 자들이 성생활을 당당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용품을 파는 가게. 옛날에 도망간 지 신 랑 보란 듯이 말이야.
B 근데 10년이 지나서 우연히 그곳을 들른 신랑이 가게에 들어섰다가 신문물을 보고 놀라 주저앉은 거구만!
A 그렇지! 제법 머리가 굴러가네.
B 내가 좀. 흐흐. 근데 이 이야길 해주는 이유가 뭐야?
A 그 최초의 성인용품샵에 지금 니가 서 있어. 그 여자가 바로 우리 고조할머니걸랑.
B ...너 지금 여기가 길가에 세워진 트럭 옆 천막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거지?
A 그래, 그러니까 자금 좀 지원해줘. 언제나 여성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왔던 할머니의 뜻을 내가 더 이어갈 수 있게 말이야. 여성의 성 생활을 위하여!
B 위...위하여!

원출처: http://media.hanter21.co.kr/jsp/hanter/intro/cusnotice_view.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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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7
admin 소영   2016-11-04 16:09:44
역시 우리 룸메!! 자랑스러워요^^축하합니다 근홍언니!!!
admin sue   2016-11-04 16:38:40
우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지다!! 글도 재미있음!! 축하축하!
admin    2016-11-04 16:49:03
와.. 글 재밌어요 ㅋㅋㅋㅋ 축하합니다!!
admin    2016-11-04 16:58:02
근홍이 굿 👍🏻
admin    2016-11-04 18:12:15
근홍짱 최고!! 역시!!
admin 박기완   2016-11-08 19:20:32
와.. 소름..
admin    2016-11-09 21:42:15
대박... 정말 재미있어요 ㅎㅎㅎㅋㅋㅋㅋㅋ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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