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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기부문화와 황상호 선배
- 박* 영
- 조회 : 5200
- 등록일 : 2016-11-10
2기 황상호 선배 백만원 기부
공부하느라 항상 조용하던 밤의 문화관에 9일 밤 갑자기 생기가 돕니다.
SBS 네트워크인 CJB(청주방송)의 황상호 기자(2기생)가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선배를 바라보는 모두의 눈이 초롱초롱하네요. 단지 통닭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죠.

졸업한 선배가 찾아와 기분이 좋아진 봉샘이 뜬금없이 묻습니다.
“상호가 몇 살이지?”
“서른넷인데요.”
“뭐 하느라고 아직도 총각이야?”
선배가 말을 더듬자 봉샘이 마주 앉은 9.5기 막내에게 묻습니다.
“민주는 몇 살이야?”
“스물다섯입니다.”
“허! 딱이네. 아홉 살 차이밖에 안 나네.”
봉샘은 한 가지를 더 폭로합니다.
“얘가 원래 사투리에 말더듬이였는데 방송사 들어간 거 보면 신기해.”
선배가 이렇게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이유는 뭘까요?
선배는 <단비뉴스>에 [맑은 바람 밝은 달, 그곳에 산다]는 제목으로 인터뷰 글을 실어왔습니다.
서울을 떠나 충북 지역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예술인들이 주인공인데요.
그동안 썼던 인터뷰를 모은 책이 이번에 발간됐습니다. 책 제목은 <내 뜻대로 산다>.

공채 준비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세저리민들이 읽으면 좋겠죠?
선배는 이 책을 내면서 방일영문화재단에서 저술지원금을 받았는데,
지원금 1백만원을 <단비뉴스> 취재비로 기부한 겁니다.
기부금 처리를 했기 때문에 연말정산 때 환급 혜택도 꽤 받는답니다.

여기에 선배는 전자레인지까지 선물했는데,
때마침 전자레인지가 고장 났던 터라 모두 감격해 허둥지둥 상자를 뜯어봅니다.


직접 포장지를 뜯으시는 봉샘 ^^
이렇게 좋은 날 기념사진을 빠뜨릴 수 없죠.


선배 덕분에 우리 <단비> 기자들의 취재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의 허기를 면하게 해줄 전자레인지도 도움이 되겠죠?
황 선배는 지난번 민영방송대상에서 기자상으로 받은 상금 50만원을 기부한 적도 있습니다.
같은 2기인 <한겨레> 서영지 선배도 100만원을 쾌척했고 3기인 <경향신문> 이재덕 선배도 삼성언론상을 두 번 연거퍼 탄 뒤 상당액을 희사했습니다. 그밖에도 간식거리를 사서 세저리를 방문하는 선배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선배들의 후배 사랑이 각별한 곳이 우리 스쿨입니다.
이런 졸업생들의 기부문화는 미국이나 영국의 명문대학에선 아주 활발하다고 합니다. 졸업생들의 기부로 좋은 공부환경을 누린 재학생들이 좋은 데 취업하거나 창업을 하고, 그 재학생이 졸업해 모교에 기부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거죠.
후배를 사 먹이거나 기부하는 세저리문화는 실은 교수님들로부터 시작된 겁니다. 모두가 숙식 무료 장학생이긴 하지만 기숙사 밥에 물릴까 봐 가끔 외식을 하거나 튜토리얼 시간 등에 자주 간식을 사주시는 선생님들이 그런 전통을 만들어 왔답니다.
원장이신 봉샘은 사모님 계산으로 9년간 스쿨 학생들을 위해 1억7천만원 정도를 썼다고 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사설 장학금도 주시면서요. 월평균 1~2백만원, 연간 2천만원 정도인데 풍산그룹 사외이사와 <한겨레> <경향> 시민편집인, 외부강연 등으로 과외수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기분이 좋아진 봉샘은 2차로 자기 냉장고에 비장해둔 산사춘과 캔맥주까지 가져오고 피자를 추가로 시켰습니다. 약간 거나해진 재학생들 입에서 “나도 취업하면 OO만원을 내겠다”는 말이 쉽게 튀어나옵니다. 취중실언을 꼭 책임질 필요는 없지만 관건은 취업이겠죠.

이 이벤트는 현직 방송기자의 살아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고급정보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세저리의 큰 장점이 바로 언론계에서 일하는 145명 선배로부터 취업과정에서 도움을 받고 취업 후에도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졸업 때 선후배가 어깨를 끼고 빙 둘러서서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눈물 흘리는 신파극이 벌어지기도 하는 곳이 세저리입니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우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